2009년 10월 27일
 
그런 놈  

한창 때 아무개를 옥상으로 불러내 어느 세월에 다 갚겠냐고 윽박지르던
그 풍선 불어 놓은 것처럼 생긴 급우는 결국 나보다 오래 살았다

또 그의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어머니께서는 어차피
새시집도 못 가고 적적하셨던 터에 그에게 땀을 쏟아서 항상
고구마 줄기에 들기름도 넉넉히 흐르고
델몬트 오렌지주스도 식사 때 마다 나오고
여하튼 못 되어먹은 눈에는 고게 그렇게 천당같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후가 됐는데도 얼쩡거리는 내게 그는
학습지와 과일이 올라간 책상 밑으로 무릎을 찰싹찰싹 때려 가면서
인제 좀 가도 좋지 않겠냐고 거의 무언의 신호를 쏘았다
나는 물론 꿈에도 못 잊을 원수같은 자식과였지만서도
그래도 결국에 혼자 되는 것 보다는 함께를 원해서
눈으로는 그냥 배가 참 맛있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마음껏 오답을 적었다

by 김괜저 | 2009/10/27 14:36 | 창작한 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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