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09일
 
나는 먹는 법을 찾았다.  


어제 Montparnasse 기차역에서 넋놓고 구경한 청년유랑.

월요일은 수업이 넷이고 그 중 하나는 두 시간짜리로 아홉시부터 다섯시 반까지 중간에 긴 쉬는 시간 없이 계속 학교에 있다. 월요일에 몰았기 때문에 수요일 오후부터 놀 수 있지만 (신기록이다) 하루 종일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곤란했다. 그래서 오늘은 후무스와 바게트 반쪽을 사 가지고 쉬는 시간마다 찢어서 찍어서 먹었다. 매 월요일 이렇게 해야겠다. 또 집앞에 Picard라고 냉동식품 전문 상가가 있는데 이것 역시 좋아죽겠다. 새우, 한치, 홍합, 대파, 양송이 얼린 것을 사서 쟁여 두고 파스타 할 때마다 팍팍 쓰면 된다. 하루에 한 끼에서 두 끼 정도 해 먹고 있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사먹는 것보다 맛있는 크림 파스타를 했다. 양파를 좋아해서 항상 넣었었는데 크림에는 양파를 좀 빼는 게 좋더라. 어제는 양송이에 해산물, 애기옥수수를 넣고 링귀니랑 센 불에 마늘기름으로 볶아서 약간 사천풍으로 먹었는데 그것도 아주 좋았다. 다 좋지 뭐




2010년 02월 08일
 
생전이 자꾸 기억납니다  

엄마를 잃어버렸었다
아직 읍내에는 제군이 수두룩하고
하루에 한두명씩 꼭 고꾸라지는 와중에
어디를 가셨나 했다
나는 국수를 좀 먹고 일단
아기를 재웠다
발목에 끈을 해서 탁자에 묶었다
혹시 내가 다니는 동안 기어나오면 큰일이니까
아이는 울었다
각설탕을 좀 퍼서 주고 나왔다
쪽머릴 하고 엔까를 부르는 엄마를
요리집에서 붙잡았다
온 나라에 흙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
그런 뽕짝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밤에 아버지 봉급으로
샤브샤브를 먹었다...




2010년 02월 07일
 
나는 철물이 좋다.  


파리의 명물 Vélib(공용 자전거)를 매일같이 타고 댕기고 있다. 딱 자전거가 생각나는 거리에 모든 것이 있으니까 주말에는 하루에 여서일곱차례씩 탄다. 파리는 길들이 촘촘하고 걷기 좋기는 하지만 뭐라도 사려면 그것만 취급하는 전문 구멍가게로 가야 하기 때문에 좀 멀리까지 가야 할 때가 많다. 인터넷에 어디로 가면 되는지 다 나와 있는 게 아니라 뭐 하나 확실한 곳 찾으려면 좀 돌아다녀야 하기는 하지만 좀씩 고급지식이 느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난 철물상을 무진장 좋아한다. 특히 지난학기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하면서 들락날락했는데 어제 BHV (Bazare de l'Hôtel de Ville) 지하에 있는 운동장 만한 철물백화점에서 눈이 뒤집혀 두 시간 동안 구경했다. 철물의 매력이란... 살 것이 너무 많았지만 일단 가장 필요한 선반을 올리기 위해 송판과 니은자 쇠붙이 몇 개, 쇠망치 하나를 사고, 현재 벽에 찌질하게 달려 있는 (sconce라고 한다) 조명을 떼고 그 선에 이어서 천장 조명을 달기 위해 전선과 소켓 등을 샀다. 그리고 빨갛게 예쁜 공구걸이 부속을 사서 벽에 가방 걸려고 붙였다. 산업용 열쇠고리도 사서 끼웠다.





2010년 02월 06일
 
나는 팔자 좋다.  

수업 없는 금요일에 착한 아이들처럼 Trocadero에 모여 학교에서 준비한 견학을 갔다. L'abbaye de Royaumont라는 중세 수도원으로 돈 없는 유학생들에게 4요리 점심을 준다는 말을 듣고 학생들 과반수가 참가했다. 어린이들처럼 놀고 맛있게 먹었다.


지난 번 레바논식 먹고 친해져 수업 둘 같이 듣는 Liz도 보이고 독일남자 Michel도 보이고 HilaryDiana 등도 보인다. 프랑스어 수준이 얼추 맞는 이들끼리는 특히 이제 거의 다 서로 친해졌다. 다들 뿔뿔히 살기 때문에 딴 동네 놀러갈 때도 근처 사는 애들이 있기 마련이라 좋다.


하루에 한두 끼를 포도주와 함께 먹으니 팔자 참 좋다. 구운 가지로 리코타 치즈를 만 것, 구운 방울토마토와 으깬 감자를 곁들인 송아지 고기 덩어리 같이 간단하고 맛있는 것들을 이어 먹었다.


오후는 각자 보냈다가 저녁에 다시 몇 모여 Champs-Elysées에서 순하게 차와 마카롱을 들었다. 무서운 얘기 하면서 개선문까지 걸었다.




2010년 02월 06일
 
나는 찻집갔다.  

지난주 엄마케익이라는 이름의 굉장한 찻집에 갔다. 낡고 예쁘장한 것들에 일가견 있는 Marcine이 직접 지은 것 같은 집이었다. 그녀에게 자극을 받아서 요새는 Nikon FM2같은 것 하나 사서 좀 찍어볼까 싶기도 하다. 저녁까지 먹는 것 사며 놀다가 헤어지고 나서 Peishan 집에 가서 더 놀았다.


사진이 좀 밀렸다.




2010년 02월 05일
 
2010 영화 본 거 1  

1963
Le mépris

감독 Jean-Luc Godard
제작 Les Films Concordia

연출 3
각본 4
연기 3
미술음악 4
전위 3
1. 감독과 작가에 대한 영화이고 영화에 대한 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나오지만 희안하게도 진심이 아닌 것 같은 영화다. 바르도가 먹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간단히 말해버리긴 싫지만 돈이 들어가니 김이 빠져버렸다. 스스로도 속물의 제작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약간 자해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겉은 속 없이 천연색으로, 간단하고 지루하며 이것저것 묻어나는 작품.

2. 테크니컬러로 그린 미술(특히 극중 '오디세이')이 무지하게 곱다. 반복되는 음악은 달콤한 것이 따분해지고 결국에는 혐오스러워지는 과정을 너무나 잘 지휘한다.

3. 투정이지만, 배우들 매력이 너무 없다. 카리나가 부리는 투정과 바르도가 부리는 투정은 이렇게 다르다. 물론 그것은 근심없는 젊은 영화광과 이별을 변명하려는 다 큰 감독님 사이의 간극만큼이나 근본적인 차이이다. 후회가 들어 있는 영화라 애정이 가지만 걸작은 아니었다.

2009
Antichrist

감독 Lars Von Trier
제작 Zentropa

연출 4
각본 3
연기 4
미술음악 4
전위 4
1. 간단명료하고 부드러운 악의로 꽉 찬 조용하고 시적인 작품

2. Lars Von Trier는 배우를, 관객을, 혹은 시선 자체를 상대로 다소 가학성향을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이번 영화는 그러한 자신의 세평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 가학성향이란 것이 이번 영화에서만큼 글자그대로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작품활동의 흐름에서 대단한 날좀보소가 느껴진다.

3. Richard Foreman의 연극에서도 확실히 느꼈듯이 Dafoe는 정말 스스로를 내어 놓는 배우가 아닌가 한다.

1963
La Boulangère
de Monceau


감독 Éric Rohmer
제작 Les Films du Losange

연출 4
각본 5
연기 4
미술음악 3
전위 4
1. Six contes moraux (여섯 훈화) 중 가장 유명한 단편. 서운한 교훈을 간략히 그려낸 작품. 재밌다.

2. 야심 없는 각본이지만 렌즈를 최대한 투명히 하는 방식으로 힘이 많이 실린다. 사람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 고개 끄덕여지는 작품이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타 la nouvelle vague 감독들과 비교해 좀 더 현실적인 것이 좋았다. 겉멋을 좋아하지만 깨끗한 느낌도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같은 해의 le Mépris를 보고 바로 보니...

3. 결국 나는 공식적으로 신파(新派)를 역사로 아는 세대가 되었다.

1971
Les deux
Anglaises et
le continent


감독 François Truffaut
제작 Les Films du Carrosse

연출 4
각본 5
연기 4
미술음악 3
전위 3
1. 트뤼포에 대해서는 한 두세 편 더 봐야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Jean-Pierre Lèaud에 대해서는 대강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은 맥없고 가볍지만 어쨌든 좋다이다. 그리고 이 쯤의 Lèaud의 얼굴은 알쏭달쏭한 시간을 표현하기 아주 좋았다.

2. Jules et Jim을 뒤집은 관계로 보면 된다.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실수에 대한 되게 씁쓸한 이야기인데 호흡이 느리고 말이 굉장히 많아서 좀 복장 터질 수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후반 소규모 폭발에 신빙성이 생긴다.




2010년 02월 02일
 
나는 벼룩시장에 갔다.  

파리에는 덮어두고 좋아하기에는 너무 귀엽고 고풍스런 것들이 많다. 뉴욕에 있을 때에는 어디까지가 눈에 고운지에 대한 경계가 하루같이 멀어지는 훈련이 되었었는데 여기에는 그런 자극이 별로 없다. 그래서 종종 미적 정화(aestheticize)되는 데 대한 걱정이 든다. 큰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가을에 육군에 가면 그런 훈련뿐일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귀엽고 고풍스런 것들 중에 벼룩시장이 있어서 일요일에 Peishan, Morgan과 함께 갔다. 테니스체가 수놓아진 흰색 편물(knit) 타이와 책 몇 권 (Camus, Genet, Duras) 샀다. 나는 벼룩시장에 대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편으로는 물체(objet)에 대한 욕구에 잘 들어맞는 환경이기 때문에 좋아하지만, 획일화된 옛스러움의 평균값에 묻혀 버리는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됐건 재미있는 곳인 것은 확실하다. 내 눈에만 보이는 대단한 물건을 찾아서 취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겠다는 의지는 앞뒤가 좀체 안 맞지만 분명한 본능이다. 이 벼룩시장은 파리 근교 Saint-Ouen에 있다.